마무리는 잘 되시나요?

한 달 가량 앞당겨진 시험이지만 체감상 두 달은 빨라진 것 같습니다.

각설하구요...

요즘 안도현 선생님께서 일반적인 '作詩論'에 대해서 연재하고 계신

칼럼이 있는데요. 거기에 보니깐 우리들이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이 있어서 올립니다.

시험 장소로 이동하시면서 간단하게 읽어보세요.

가을서리가 내리면 낙엽이 더욱 아름답게 여물어 진답니다.

혹독한 시련 뒤엔 아름다움이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

예술작품의 모방에 관한 논의는 서양보다 동아시아에서 더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고대부터 당대까지 중국 시학의 요점은 모방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쉰(魯迅)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견준 중국의 고대 문학이론서가 있다. 유협(465~532로 추측)의 <문심조룡>(文心雕龍)이 바로 그 책이다. 그는 전고(典故)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경서(經書)의 우아한 어휘를 공부하여 언어를 풍부하게 한다면 이는 광산에 가서 구리를 주조하고, 바닷물을 쪄서 소금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했다. 모방을 배우는 것, 그게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시인과 이론가들은 전고의 활용 여부가 창작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다. 즉 앞선 전통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심조룡>은 ‘통변(通變)의 기술’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여기에서 ‘통’이란 전통의 계승을 가리키는 말이고, ‘변’은 말 그대로 전통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론은 “문장을 이루는 문학양식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지만 표현의 기교에는 정해진 규율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 고대부터 중국인들은 창작에 임할 때에 작가의 진정성(문심)과 언어의 예술적 표현(조룡)이 조화와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는 시각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전고를 활용하는 것을 모방의 한 방식이라고 본다면, 송대의 황정견(1045~1105)을 필두로 한 강서시파는 이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단 한 글자도 출처가 없는 것이 없다”(無一字無來處)고 하면서 옛사람의 시를 많이 읽고, 학식을 바탕으로 시를 지어야 한다고 하였다. 황정견은 시를 쓰는 방법으로 두 가지 유명한 이론을 제시했다. 옛사람의 시원찮은 말을 빌려 써 시를 돋보이게 한다는 ‘점철성금법’(點鐵成金法)과 옛 시인의 뜻과 표현을 빌려 새로운 시를 낳는다는 ‘환골탈태법’(換骨奪胎法)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금대에 와서 왕약허(1174~1243) 등에 의해 정면으로 비판을 받는다. 시인의 사상과 감정을 독창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강서시파의 이론은 표절, 답습, 짜깁기, 도용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시인들이 앞선 문장의 활용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인 것은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은 전통의 계승과 변화·발전 사이의 갈등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중국 시인들에게 있어 모방의 문제는 단순히 표절 여부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시의 형식, 주제나 소재, 창작기법 등 시 창작의 전반에 걸쳐 모방의 방식을 줄기차게 사유했던 것이다.

옛글을 활용하는 ‘용사’(用事)에 대해 <중국 고전 시학의 이해>(이병한 편저, 문학과지성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용사’라는 표현을 ‘모방’으로 바꾸어 간추려 본다.

첫째, 모방을 위한 모방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죽은 시체를 쌓아놓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억지로 모방을 해서는 안 된다. 누에가 뽕잎을 먹되 토해내는 것은 비단실이지 뽕잎이 아니다. 셋째, 모방을 융화시켜 매끄럽게 해야 한다. 물속에 소금을 넣어 그 물을 마셔봐야 비로소 짠맛을 알게 되는 것 같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주역에서는 “궁하면 변화하게 되고, 변화하면 통하게 되며,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고 했다. 우리의 연암 박지원도 “옛것을 모범으로 삼되 변화할 줄 알아야 하고, 변화하되 능히 법도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法古而知變 創新而能典)고 글쓰기의 지침을 이야기한 바 있다.